
1. 세대차이를 넘어선 진짜 멘토의 의미
<인턴>은 단순히 70대 인턴이 젊은 스타트업에 들어간다는 설정에서 웃음을 끌어내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세대 차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속도와 성공의 기준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벤(로버트 드 니로)은 화려한 스펙이나 최신 기술로 무장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성실함, 배려, 경청이라는 오래된 미덕을 지니고 있다. 처음에는 그가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 안에서 가장 단단한 존재가 된다. 인상 깊었던 점은 벤이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충고를 강요하지 않고, 필요할 때 조용히 옆에 있어 준다. 현대 사회에서는 즉각적인 피드백과 빠른 성과가 강조되지만, 벤의 방식은 전혀 다르다. 기다리고, 관찰하고, 상대가 스스로 답을 찾게 돕는다. 이 태도는 줄스뿐 아니라 회사 동료들 모두에게 안정감을 준다. 영화를 보며 ‘경험’이란 것이 단순히 오래 일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은 타인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고, 상황을 급하게 판단하지 않게 해주는 힘이라는 걸 벤이 보여준다. 세대 갈등이 강조되는 시대에 이 영화는 오히려 서로가 배울 수 있는 지점을 부드럽게 제시한다. 그래서 은 코미디처럼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존중과 품격에 대한 이야기로 남는다.
2. 완벽해 보이지만 흔들리는 리더의 초상
줄스(앤 해서웨이)는 능력 있고 열정적인 CEO다. 그녀는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모든 결정에 책임을 지려 한다. 겉으로 보면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리더지만, 영화는 그 이면에 있는 불안과 부담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특히 가정과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모습은 많은 현대인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줄스가 흔들리는 순간들은 이 영화의 감정선을 깊게 만든다. 회사를 위해 외부 CEO를 영입해야 한다는 압박, 가족 문제로 인한 자책감, 스스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그녀를 점점 지치게 한다. 그때 벤은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그녀의 감정을 인정해 준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행동으로 전해진다. 이 장면들을 보며 성공한 사람일수록 더 큰 외로움 속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의 리더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 어렵고, 그래서 더 쉽게 고립된다. 벤의 존재는 줄스가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된다. 이 관계는 로맨스가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우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영화는 완벽함이 아니라 균형과 용기의 가치를 강조하며, 진짜 리더십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3. 속도보다 중요한것, 함께 일한다는 의미
스타트업의 빠른 업무 환경은 현대 사회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이메일, 회의, 배송, 투자, 확장까지 모든 것이 숨 가쁘게 돌아간다. 이런 공간에 벤이라는 느긋한 인물이 들어오면서 영화는 자연스럽게 속도의 대비를 만든다. 그는 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작은 일에도 성의를 다한다. 정장을 단정히 입고 출근하고, 손수건을 챙기고, 동료의 고민을 들어준다. 사소해 보이는 행동들이 오히려 조직을 부드럽게 만든다. 특히 팀원들과의 관계 형성 과정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다. 벤은 단순히 ‘좋은 어른’이 아니라, 함께 웃고 실수도 공유하는 동료가 된다. 회사에 도둑처럼 잠입해 이메일을 삭제하는 장면은 코믹하지만, 동시에 세대가 섞여 협력하는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서로 다른 배경과 나이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움직일 때 생기는 시너지를 유쾌하게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일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종종 더 빨리, 더 크게 성장하는 것에만 집중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라는 메시지가 잔잔하게 남는다. 벤의 존재는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분위기를 지탱하는 중심축에 가깝다. 은 화려한 갈등이나 극적인 반전 대신, 일상 속 작은 친절과 존중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 보여주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보고 나면 왠지 모르게 숨을 고르게 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동료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